오기형 의원, 종합국감서 제일모직·두산로보틱스·호반건설 합병 지적
박수복 인천청장, 가업승계 특강서 삼성·호반 '성공적 승계'로 소개
최상목 경제부총리 "관계부처간 합병비율 문제점 인식, 제도개선 필요"
최재봉 국세청 차장 "송구스럽다, 모범이 아닌 안타까운 사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28일 종합 국정감사에서는 삼성, 두산, 호반 그룹 등 대기업의 편법 승계 의혹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현직 지방국세청장이 삼성과 호반그룹이 성공적인 승계를 했다는 내용으로 강의를 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기형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기재부, 국세청 등 대상의 종합 국정감사에서 PPT 영상자료를 제시하며 제일모직-구 삼성물산, 두산로보틱스-두산에너빌리티, 호반건설-호반건설주택의 합병문제를 지적했다. 합병비율 조정을 통해 부의 이전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특히 오 의원은 호반그룹의 경우 아버지 회사인 호반건설의 일감몰아주기로 성장한 아들 회사 호반건설주택은 1:5.89의 비율로 합병했고, 이를 통해 아들은 지분 54.73%로 호반건설의 대주주가 됐다며 과연 이같은 합병비율이 적정했는가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
오 의원은 대기업의 편법 승계 의혹을 제기하면서 국세청으로 화살을 돌렸다. 2017년 당시 국세청은 대기업, 대재산가의 변칙적인 탈세에 대해 적극 대처할 방침을 밝혔을 뿐만 아니라, 그중 일감몰아주기 등을 이용한 세금없는 경영권 세습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힌 점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박수복 인천지방국세청장이 올해 5월 가업승계 주제로 특강하면서 삼성과 호반이 성공적 승계를 했다고 강의한 점을 문제 삼았다.
박수복 인천청장은 지난 5월29일 라마다 송도호텔에서 열린 '제24회 인천산단 CEO 아카데미 아침특강'에서 '가업승계의 성공과 실패'를 주제로 강연했다. 당시 박 청장은 "가업승계 절차에 10년, 사후관리에 5년 등 최소 15년을 투자해야 정상적인 가업승계가 이뤄질 수 있다"며 "삼성그룹은 19년, 호반그룹은 15년에 걸쳐 가업승계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또 "대기업에 밥솥을 납품하던 쿠쿠전자는 영업.마케팅.유통을 담당하는 법인을 2세 경영인이 별도로 만들었다. 2세 경영인의 법인이 커지면서 쿠쿠전자 본사와 합병 절차를 진행했고 상속세보다 비교적 적은 법인세와 증여세를 내는 것으로 가업승계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소개했다.
오 의원은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국세청이 좌절감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두는 것이 적절한지, 제도개선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답변을 통해 “합병비율과 관련해서는 관계부처간에 논의를 하고 있다”며,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고 결정이 되면 보고드리겠다”고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최재봉 국세청 차장은 “인천지방국세청장이 얘기한 부분이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게 발표된 것에 대해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으며, 재차 오 의원로부터 ‘호반건설의 일감몰아주기가 모범이냐’는 질타엔 “모범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매우 안타까운 사례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다만 최 차장은 이같은 편법증여 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과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증여 이익의 발생시기에 대해 법원의 판단과 국세청이 판단하는 시기가 달랐다. 여러번 적극적으로 과세하고 있지만 법원에서 과세유지가 되지 않는 어려움이 있다”며, “이런 부분을 종합해서 기재부와 협의해 제도개선을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