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개정안, 납입한도 연 2천만원→4천만원 확대
자금 여력 있는 고소득자 절세수단 전락 가능성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지원 확대와 국내투자형 ISA 신설이 고소득자에게 혜택이 집중될 우려가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31일 ‘2024년 세법개정안 분석’에서 ISA 세제지원 확대가 “일부 자금 여력이 있는 고소득자에게 혜택이 집중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ISA 납입액 한도는 연 2천만원에서 4천만원으로 늘어난다. 총납입액 한도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오른다. ISA에 적용하는 이자소득·배당소득의 비과세 한도는 200만원(서민·농어민 400만원)에서 500만원(1천만원)로 높아진다.
ISA계좌와 납입금액은 올해 7월 현재 555만개 계좌, 29조5천억원이다. 그러나 이 중 63.1%(350만 계좌)가 납입금액 1만원 이하인 비활성화된 계좌다. 활성화된 205만 계좌의 1인당 평균 납입액도 1천441만원에 그쳤다.
보고서는 “비활성화된 계좌가 전체 계좌의 63%를 차지하고 있고, 전체 평균 납입액이 1년 납입 한도액인 2천만원에도 도달하지 않은 상황에서 납입액 및 비과세 금액의 한도액을 상향 조정하는 이번 개정안은 일부 자금 여력이 있는 고소득자에게 혜택이 집중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민·농어민 ISA계좌의 납입한도 증액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서민·농어민형 계좌는 총급여 5천만원 이하 근로자와 종합소득금액 3천800만원 이하 사업자가 대상이다. 이들의 소득수준을 고려할 때, 납입 한도를 연간 최대 4천만원까지 증액한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서민형 ISA계좌의 1인당 납입금액은 평균 500만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따라서 “ISA계좌가 당초의 도입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비활성화 계좌를 활성화하고 기존 계좌의 납입액을 증액시키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우선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제도 보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납입 한도액 증액 등의 세제혜택 확대는 일부 여유자금이 있고,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의 경계에 있어 절세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고소득자에게 혜택이 집중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국내투자형 ISA’ 도입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미흡할 것으로 우려했다.
‘국내투자형 ISA’는 국내주식과 국내주식형 펀드(집합투자증권)에만 투자할 수 있다. 납입액 한도는 2억원(4천만원)으로 동일하다. 다만 비과세 한도는 1천만원(서민·농어민 2천만원)으로 더욱 확대했다. 다른 유형과 달리 금융소득 2천만원이 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신고자도 가입할 수 있고, 비과세 대신 14%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보고서는 그러나 국내투자형 ISA 가입 유인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투자형 ISA는 국내 상장주식에만 투자할 수 있어 투자가능 상품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투자중개형 ISA는 국내주식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국내투자형 ISA의 신설은 금투세 폐지를 전제로 제출한 것이기 때문에, 배당소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금투세가 폐지되면 국내 상장주식과 주식형 펀드의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가 적용되지만, 과세가 되는 배당소득은 ISA 가입을 통해 비과세(금융소득종합과세 신고자는 분리과세 적용)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같은 특성을 고려하면 국내투자형 ISA에 투자금액을 납입하는 사람은 기존의 투자중개형 ISA 계좌에는 가입할 수 없지만, 배당소득을 분리과세로 적용받아 절세혜택을 받고자 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신고자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3% 내외의 낮은 시가배당률 수준을 고려하면 신규 투자 유인이 쉽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투자형 ISA가 신설된다면 절세목적을 위해 전체 투자규모의 증대 없이 기존 투자자산을 재조정하고자 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신고자에게 유리한 상품이 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또한 금융소득종합과세 신고자 19만명 중 10만명이 4천만원 이하 규모이고, 금융소득 중 배당소득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2천만원 초과 경계선에 있는 가입자들이 단순히 절세 및 건강보험료 절감을 위한 상품으로 운용될 우려가 있다.
국내투자형 ISA는 국내 상장주식의 매매차익이 과세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배당소득만 비과세 대상이 돼 사실상 금융소득종합과세 신고자들의 절세상품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신고자들이 기존의 투자자산 규모를 좀 더 확대해 국내투자형 ISA에 가입할 가능성도 있지만, 국내 상장주식의 시가배당률이 3%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배당소득의 분리과세로 인한 혜택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금융소득종합과세 신고자가 투자자산 규모의 증대 없이 절세가 가능한 방식으로 자산의 배분구조만 변화시킬 가능성이 더욱 높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따라서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에 담긴 세제 혜택의 확대가 일부 계층에만 집중되지 않기 위한 방안과 함께 기존에 계좌는 만들었지만 활발하게 활용되지 않는 이유 등에 대한 면밀한 원인 진단을 통해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