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4.04.26. (금)

내국세

'세무조사⋅벌금' 언급하는 통지문 보내는 실험했더니

권성오 조세연구원 연구위원 "납세순응도 높이기 위해 무작위통제실험 해볼만"

국민 납세순응도 제고를 위해 다양한 정책실험을 통해 기존 제도의 효과를 살피고 개선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권성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재정포럼 7월호에 실린 ‘탈세 및 조세회피에 대한 실증연구 검토: 과세 행정자료를 이용한 연구를 중심으로’에서 이같이 밝혔다.

 

납세순응도는 세수입, 효율비용, 세부담 형평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과세당국의 주요 관심사이다. 특히 탈세 및 조세회피는 세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납세불순응은 형평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고소득층이 세부담 증가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경우 세부담의 수직적 형평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중장기 재정여건을 고려했을 때 납세순응도를 높이는 것은 주요한 정책 목표다. 과세당국은 납세순응 제고를 위해 홈택스를 통한 전자신고, 성실납세 협약제도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7년 안종석 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이 발표한 ‘소득세 Tax Gap 규모와 지하경제 규모 추정’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요 세목의 택스 갭(TAX GAP)은 2011년 기준 25조5천억원에서 26조8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Tax Gap’이란 세법을 정확하게 적용했을 때 납부해야 할 세액인 이론적 세부담과 실제 세부담의 격차를 의미하며, 탈세와 조세회피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한편 해외 실증연구 결과 유사한 정책도 세목, 지역, 납세자 특성에 따라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 연구위원은 회귀단절모형, 집군분석, 무작위통제실험을 활용한 해외의 탈세 및 조세회피 실증연구 사례를 살펴보고, 조세분야의 다양한 무작위 통제실험 사례를 납세순응의 결정요인별로 분류해 검토했다.

 

조세분야 실험에서 가장 자주 활용되는 정책수단은 세무조사와 그에 따른 벌금에 대한 통지다.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소득세 신고자료를 기반으로 세무조사계획을 통지한 결과, 세무조사 통지를 받은 중·저소득자는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 비해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헨티나 후닌에서는 2만3천여명의 납세자를 대상으로 미납 재산세에 대한 벌금 가능성을 알리는 무작위한 통제시험을 수행했다.

 

이 실험에서는 납세자들을 4개의 집단으로 임의구분해 이 중 3개의 집단에 각각 미납된 재산세에 대한 벌금통지, 정부재원 사용방법 설명, 다른 납세자들의 납세행태에 대한 통계를 추가해 세금계산서를 배부했다.

 

분석 결과, 벌금에 대한 내용이 담긴 고지서를 받은 집단에서만 통제집단에 비해 재산세 체납이 감소했고, 나머지 집단에서는 유의미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사회적 규범이나 도덕성을 강조하는 편지, 세금고지서도 조세분야 현장실험에서 자주 이용돼 왔다.  

 

2014년 노르웨이에서 국외소득이 있는 납세자들을 대상으로 공평성 및 사회적 규범을 강조하는 우편을 보낸 결과 공평성과 사회적 규범을 강조하는 우편을 받은 납세자들은 그렇지 않은 납세자들이 신고한 소득액 수준보다 2배 이상 많았으며, 특히 납세자간 형평성을 강조한 내용의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독일은 사회적 규범, 죄책감 등 본질적 동기와 금전적 보상, 벌금 등 외적 동기에 반응하는 납세자로 나누고 납세순응의 결정요인을 살폈다. 이들에게 세금의 중요성, 세무조사 실시 가능성, 금전적 보상·지역신문에 이름게재 등 성실납세혜택을 각각 안내했다. 이는 사회적 규범을 중시하는 납세자들의 납세순응도에만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납세의식은 납세행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fiscal exchange는 납세의식의 중요한 요소로 조세실험에 많이 활용돼 왔다. fiscal exchange란 납세자가 정부가 제공하는 재화 및 서비스 등에 대한 대가로 세금을 납부한다는 개념이다.

 

르완다에서 실시한 현장실험 결과, 납세자에게 세금을 통해 교육, 보건 등 공공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자 납세순응도가 증가됐다. 특히 납부기한 상기, 세금감사 계획 및 벌금, fiscal exchange 강조 등 3가지 메시지 중 세무감사 및 벌금에 대한 메시지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또한 아르헨티나 산타페에서 공공재를 무작위로 배분후 납세순응도를 살펴본 결과, 공공재의 혜택을 받은 납세자는 그렇지 않은 납세자보다 세금을 계속해 납부할 가능성이 7%p 높았으며, 이러한 효과는 3년이상 지속됐다. 특히 실험 전에 공공재 공급수준이 낮은 지역일수록 공공재 제공이 납세순응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복잡한 조세체계와 납세순응비용은 납세순응도를 하락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잡한 조세체계는 세금을 신고하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증가시키고 납세자들에게 조세체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미국에서는 우리나라 특별공제와 유사한 개념의 상세공제를 신청하면 표준공제를 신청할 때보다 평균 617달러(약 73만원)를 절약할 수 있으나 미국인 상당수가 다양한 공제신고하는데 소요하는 비용 때문에 표준공제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부유한 납세자일수록 더욱 두드러졌다.

 

권 연구위원은 "국내에서도 정책실험의 필요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실험 수행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조세분야의 현장실험을 우선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조세분야는 행정자료 등 기존의 행정체계를 이용할 수 있고 실험성과를 단기간에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작위통제실험을 수행하기 적절한 분야"라며 "정책의 중요도, 실험의 용이도를 잘 고려한다면 납세순응을 제고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실험을 통해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