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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26. (금)

관세

무관세물품 가산세 신설…유관세물품과 형평성 논란

가산세 부과기준… 유관세물품-부족세액, 무관세물품- 과세표준

관세업계, 각각 다른 가산세 부과기준 신설말고 ‘과세표준’으로 통일 필요

가산세율도 ‘실행세율 수준인 0.3%로 해야’ 목소리 점증

 

정부가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무관세물품에 대해서도 불성실신고 가산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관련법령 개정에 착수한 가운데, 관세사 등 세관 주변 종사자들로부터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유세물품에 대한 가산세율과 무관세물품(무세물품)에 대한 가산세율이 각각 달라, 실제 가산세 부과시 무세물품에 대한 가산세가 오히려 높아지는 등 역전현상이 일어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현행 관세법에서는 신고의무 위반시 부족세액을 기준으로 가산세를 부과하는데, 신고불성실 가산세는 부족세액의 10%(무신고 20%, 부정행위 40%)를 부과하고 있다.

 

다만, 기본세율 또는 협정관세율이 0%이거나, 관세법 또는 조세특례제한법상 감면규정에 따라 관세가 감면되는 무관세물품에 대해서는 부족 관세액이 발생하지 않아 가산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관세 기본세율이 0%인 품목으로는 번식용 가축, 종자용 감자·옥수수·채소 등이 있으며, 협정관세율이 0%인 품목은 한·미FTA 체결에 따른 자동차용 부품 등이 규정돼 있고, 감면세율에 따라 종교용품·자선용품·장애인용품 등은 0%가 적용되고 있다.

 

과세당국인 관세청은 무관세물품의 경우 부가가치세 탈루와 국내시장 공략 등을 위해 과세표준을 부정확하게 신고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성실신고를 유도하기 위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관세청은 독일 루프트한자로부터 0% 세율인 항공기 부품 등을 수입하면서 무신고된 건에 대해 가산세를 부과했으나, 지난 2018년 11월 대법원으로부터 ‘무관세물품에 대해서는 가산세를 부과할 수 없다(대법원 2015두 56120)’는 확정판결이 내려졌다.

 

관세청은 그러나 무관세물품을 저가로 신고해 국내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가 빈번한 만큼 무관세물품의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서라도 가산세 부과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A업체의 경우 무관세의 수입물품 가격을 낮게 신고해 수입부가세를 탈루한데 이어 해당 물품을 국내시장에 몰래 팔아 매출부가세와 법인세를 탈루한 사례가 적출됐으며, B업체의 경우 국내시장 진입을 위해 본사에서 수입물품을 저가로 공급받고 국내 판매가격도 저가로 조정하는 등 시장교란 행위에 가담한 사례가 드러났다.

 

이외에도 사업목적외 자금을 비축하기 위해 수입물품의 가격을 저가로 신고하고 차액은 로비자금 또는 비업무용 부동산 취득에 활용하는 부정당 행위는 물론, 기업의 회계상 이윤을 높이기 위해 수입물품 가격을 저가로 신고하는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관세청은 이같은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무관세물품의 무신고·과소신고에 대해서도 가산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같은 입장을 기획재정부에 강력히 개진해 이번 세법개정안에 가산세 부과의 법적근거를 마련했다.

 

이번 세법개정안에 담긴 무관세물품에 대한 가산세 부과는 ‘과세표준이 가격인 물품(종가세)’과 ‘과세표준이 수량인 물품(종량세)’에 대해 각기 다른 가산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과세표준이 가격인 물품의 경우 과소신고 행위에 대해서는 ‘과세표준 누락분×0.8%’를, 무신고는 1.6%, 부정행위에 따른 과소·무신고는 3.2%의 가산세율을 적용한다.

 

영화용 필름 등 과세표준이 수량인 물품에 대해서는 과소신고의 경우 ‘과세표준 누락분×기본세율×10%’를, 무신고 20%, 부정행위에 따른 과소·무신고는 40%의 가산세율을 적용한다.

 

성실신고를 해온 수입업계는 물론, 관세사 등 세관 주변 종사자들 또한 가산세가 신고불성실 행위에 대한 징벌적 세금이기에 무관세 물품이라도 불성실 신고에 대해서는 징벌적 가산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과세관청의 논리에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다만, 이번 개정안에서 과세표준이 가격인 경우 가산세율을 무신고의 경우 1.6%, 과소신고의 경우 0.8%로 규정하고 있으나, 유세물품과의 가산세율에서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유세물품에 대한 불성실신고가산세는 부족세액의 10%로, 과세가격이 일정하더라도 물품에 대한 관세율에 따라 부족세액이 달라진다.

 

일례로 모든 물품의 관세율이 8%라면, 8×10/100으로 해서 0.8%가 맞지만, 협정세율 및 양허세율 등을 적용받거나 기본세율이 8% 이하 물품은 세율에 따라 부족세액이 달라지고, 이로 인한 가산세액도 달라지게 된다.

 

이와 달리 무세물품에 대해 일률적으로 무신고의 경우 1.6%, 과소신고는 0.8%의 가산세율을 적용하면 8% 이하 관세율 품목의 불성실신고가산세보다 더 무거운 가산세를 부담하게 되는 등 형평성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관세업계의 지적이다.

 

이같은 문제는 현행 가산세 부과방식이 부족세액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으로, 과세표준액은 동일하더라도 관세율에 따라 가산세액은 달라지는 모순점을 지니고 있다.

 

결국, 가산세가 신고불성실에 대한 징벌적 과세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세율에 따라 가산세액이 달라지는 것은 심각한 형평성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다.

 

관세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무세품의 경우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유세품은 부족세액을 기준으로 가산세를 부과하고 있는 등 부과기준이 달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유세품·무세품 동일하게 부족세액이 아닌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가산세를 부과하는 것이 형평성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명목세율이 8% 수준이라고 해도, 양허세율·협정세율·감면세율 등으로 실행세율은 3~4%인 점을 반영해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가산세를 부과하는 경우 실행세율 기준으로 부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관세사업계 한 관계자는 “유세품과 무세품의 부과기준이 다르면, 불균형 문제는 해소되기 어렵다”며, “유세품·무세품의 가산세 부과기준을 과세표준으로 통일하고, 가산세율도 실행세율 중심으로 0.3%로 하면 형평성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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