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4.05.19. (일)

주행분 자동차세의 정상화

이영희 <한국지방세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정부가 새로 출범할 때마다 핵심용어가 하나씩 등장하는데, 박근혜 정부의 핵심용어 중의 하나가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사회적으로 비정상적인 부문이나 제도를 정상화시킨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최근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공공기관의 방만경영 등 비정상적 부분에 대한 정상화’를 강력하게 요구한 바도 있다. 정상화시켜야 할 대상은 다양하지만 지방세제 부문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본다.

 

지방세제의 정상화는 다행하게도 2014년부터 시작되었다. 대표적인 정상화 세목이 지방소득세로, 작년까지 국세의 부가세였으나 올해부터 독립세로 전환되었다. 독립세가 의미하는 바는 매우 크다. 그동안 지방소득세는 국세 소득세액의 10%였으나, 이제는 소득에 대하여 지방이 스스로 세율(0.6%~3.8%)을 과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액감면 및 공제에 대한 결정권을 갖는다. 예전에는 국세 소득세의 정책 변화에 따라 지방소득세가 연동되어 변화되었기 때문에 세수 예측이 안정적이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지방소득세는 지방세답게 지방정부 스스로 과표와 세율에 대한 결정권한을 갖도록 하는 지방세제의 정상화를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 지방세제의 정상화는 지방소득세 이외에도 추진해야 할 세목들이 있는데, 가장 먼저 정상화시켜야 할 대상이 주행분 자동차세라고 할 수 있다.

 

주행분 자동차세는 1998년 한미자동차 양해각서 체결에 따른 자동차세 세율 인하로 발생한 세수 감소를 보전하기 위해 2000년에 도입되었다. 도입 이후 주행분 자동차세는 에너지 파동을 겪으면서 경유가격의 상승으로 손실이 큰 운수업체들을 지원할 필요가 발생하여 유가보조금 형태로 추가적인 지원도 하고 있다. 이처럼 주행분 자동차세가 지방세임에도 불구하고 세수보전과 유가보조금 재원의 역할을 수행함에 따라 지방정부가 과표와 세율에 대한 과세권을 행사할 수 없는 구조가 되었다. 즉 주행분 자동차세는 본질적으로 도로 사용에 대한 비용차원에서 과세하는 것으로 주행거리에 따라 과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주행분 자동차세는 비정상적인 지방세목 중의 하나이다.

 

주행분 자동차세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독립세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주행분 자동차세는 국세의 목적세인 교통‧에너지‧환경세 세수의 일부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국세에 의존적이다. 의존적인 주행분 자동차세를 독립세로 전환해 주행거리에 따라 과세가 가능하도록 정상화하여야 한다. 주행분 자동차세는 선진외국의 연료세(fuel tax)와 동일한 세목임에도 불구하고 과세체계 및 운영방법이 상이한 구조로 되어 있다. 주행분 자동차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 세수와의 연동구조를 탈피하고, 자동차의 유류 소비량에 따라 과세함으로써 도로 사용에 대한 편익과세적 성격인 지방세 특성을 부각하여 정상화시키도록 해야 한다.

 

정상화시키면 크게 현행 두가지 문제가 개선된다. 첫째, 주행분 자동차세는 주행세 목적에 부합한 독립세로 전환되어 지방정부가 과세결정권을 갖게 된다. 그 경우 주행분 자동차세는 화물자동차에 대한 유가보조금 부분이 결국 국고보조금 등 다른 지원수단으로 변경돼 지방세의 모습을 띄게 될 것이다. 둘째,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주행분 자동차세의 도입으로 인하여 발생한 자동차세 보전분에 대한 재정산은 실질적인 지방세수 확충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 주행분 자동차세가 도입된 2000년부터 2011년까지의 자동차세 연평균 증가율은 4.9%로 세수의 신장성이 좋은 반면, 주행분 자동차세는 이를 고려하지 않고 낮은 수준에서 세수가 이전되어 왔다. 자동차세 신장률을 고려할 때, 주행분 자동차세가 도입되지 않았다면 현 시점에서 자동차세 보전분이 적어도 1.6조원이 추가되어야 한다.

 

주행분 자동차세 이외에도 정상화해야 할 지방세 세목은 여러가지가 있으나 다음으로 시급성을 지닌 세목은 지방교육세라고 할 수 있다. 지방교육세는 지방세로 설계되어 있으나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전혀 없기 때문에 지방세라고 볼 수 없는 비정상적인 지방세 세목이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화두인 현 시점에서 이렇게 비정상적인 세목의 우선순위를 정하여 구체적인 방안을 논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매우 적절하다고 본다.

 

※본면의 외부원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