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4.05.18. (토)

법인세의 성격

김유찬<홍익대 교수>

법인세의 전가나 귀착효과에 대한 논의는 법인세의 성격에 대한 논쟁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법인세를 자본비용적 요소로 파악하면 법인세는 자본에 대해 부과되는 생산요소 소득세로서 이 생산요소의 소유자는 대체로 다른 경제주체에게 세금부담을 쉽게 전가시킬 수 있다. 잔여소득에 대한 과세로서의 법인세는 그러나 개념적으로 잔여소득은 모든 비용을 공제한 후에 남는 순이윤에 대한 과세이므로 다른 경제주체에게 전가가 어렵고 주주에게 귀착된다고 보게 된다.

 

법인세의 성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또한 투자에 대한 법인세의 효과도 달라진다. 법인세를 자본비용적 요소로 파악하면 당연하게 법인세를 투자를 저해하는 부담으로 보게 되는 반면에 잔여소득에 대한 과세로 이해하면 투자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법인세가 자본비용으로 작용한다는 입장은 과세소득은 비용을 제외한 순소득에 대해 과세해야 한다는 대원칙에 입각해 생각한다면 맞아 떨어지지 않는 논리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자기자본에 대한 비용공제가 인정될 수 없으니 그렇게 보기 타당한 측면도 있다. 더 중요한 점은 법인세는 주주에 대한 최종적인 세부담을 결정지우는 소득세에 선행해 법인단계의 과세로서 원천징수세로서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이다.

 

소득세의 원천징수나 부가가치세의 거래징수는 납세의무자의 최종적인 세부담을 확정짓지는 않더라도 동 제도를 통해 근사한 규모의 세금규모를 과세당국이 미리 확보함으로써 납세자의 자발적인 세금신고에 맡겨뒀을 경우에 비교해 여러 가지의 좋은 효과를 가진다. 우선 불성실신고, 그리고 특히 체납의 개연성을 대폭적으로 줄여준다. 이렇게 원천징수나 거래징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하여는 원천징수나 거래징수되는 세율이나 세액과 실제로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세율이나 세액이 비슷한 수준이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법인세의 현재 24.2%의 명목세율은 소득세 최고세율 41.8%와 20% 가까운 격차를 가진다. 법인세의 실효세율 16.6%를 감안하면 이 격차는 더 커진다. 이러한 격차는 당연히 기업의 대주주로 하여금 대부분의 법인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법인에 이익잉여금으로 유보시키고 계속 굴리는 정책을 택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배당성향이 매우 낮은 수치를 보여주는 것은 이렇게 보면 우연이 아니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배당을 행한 기업은 전체 당기순이익 발생기업의 약 7.2%에 불과했으며 이들 기업의 배당성향은 평균 25%에 불과했다.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우리나라의 특이한 점 하나는 대기업의 대주주가 매우 낮은 지분율로 기업의 실효적 지배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이 발달한 외국에서는 이렇게 대주주 지분이 작은 경우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뿐만 아니라 회사규모가 어느 정도 커지면 대주주는 지분관리만 할 뿐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대주주가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순환출자를 통해 소위 재벌이라는 기업그룹을 지배한다. 작은 지분으로 엄청난 규모의 기업그룹을 실효적으로 지배하며 이 기업그룹의 자산을 전체 경제보다 매우 높은 수준의 비율로 성장시켜 가고 있는 것이다.

 

세금의 영향만은 물론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지난 30년간 우리경제에서 기업부문의 소득은 GDP 성장률에 비해 평균적으로 9% 더 높은 경제성장을 기록하고 기업소득과 가계소득의 격차가 확대되는데 큰 기여를 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가계소득과 기업소득의 증가율은 외환위기를 기준으로 크게 변화했고 2000년 이후 2011년까지 기업소득의 증가율은 연평균 16.5%에 달하나 가계소득의 증가율은 연 평균 2.3%에 그치고 있다. 1975년에서 1997년의 기간 동안에는 기업과 가계의 소득증가율이 각각 8.1%와 8.2%로서 8%대의 같은 수준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었던 것에 비해 매우 대조적이다.   

 

결과적으로 분배의 공정성에 커다란 문제를 야기한다. 이는 기업지분 소유자들 전체와 여타 사회구성원들 사이의 분배 문제를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이 대주주와 여타 주주 사이의 분배와 공정성의 문제를 야기한다.

 

대주주들이 법적으로 귀속된 그들의 지분을 수십배 넘어서는 자산을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상황을 대물림하기는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증여세 분야에서 우리나라에서 지난 수십년간 벌어진 게임에서도 과세당국은 재벌 및 법무법인의 싸움에서 대체로 졌다. 져줬다고 해야 하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회사법상의 기업지배구조의 문제, 공정거래법, 세법의 법인세법과 상속․증여세법이 대체로 기업에게 유리하게 규정돼 있거나 그렇게 운영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최소한 법인세와 주주에 대한 과세의 이중과세를 허용함으로써 기업그룹의 형성에 불리하게 작용하도록 하는 전통은 유지하고 있다.         

 

※본면의 외부원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