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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6.02. (일)

복지재원 마련, 직접증세가 답이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

1. 박근혜 정부는 135조원이 되는 복지재원을 세출예산에서 80조원을 줄이고 세입예산에서 55조원을 늘려서 충당한다고 한다. 복지 확장으로 벌써부터 5세 이하 육아수당 30만원으로 부모의 아파트 관리비를 내고, 재벌 회장에게도 몇만원 기초노령연금을 준다고 한다. 우리나라 재정형편상 이게 정상일까.

 

대책없는 복지 확장으로 나라가 망하고 있는 것은 유럽 국가 뿐만 아니다. 그런데도 과세관청이나 연구단체의 재원마련 방안은 아직 희뿌연 구름 같다. 구체적이지 못하고 담보되는 금액도 확실치 않다.

 

2. 첫째, 과세관청이 금융정보분석원의 자료를 직접 들여다보자고 한다. 이는 불성실한 납세자를 추적하는데 요긴한 방안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성실한 납세자의 사생활 침해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정치적 욕심에 따른 정보의 오용과 남용 방지가 가능할까. 과거 선거에서 과세관청은 정말 공정했는가. 스스로 물어볼 일이다. 먼저 우선돼야 할 것은 차명계좌를 금지시키는 것이라고 본다. 둘째, 가짜 석유시장 등 지하경제 양성화를 하겠다고 한다. 해야 한다. 그러나 석유 값은 정상시장에서 유통되는 값의 절반 정도이다. 이러다 보니 수요가 끊이지 않는다. 지하경제 양성화도 그렇다. 누구도 정확한 규모를 모른다. 단속해서 없어질 시장이었다면, 군사독재정권 아래서 진즉 사라졌을 것이다. 그리 간단치 않다. 

 

셋째, 세무조사를 강화한다고 한다. 그러나 세무조사는 세무조사에 그쳐야 한다. 세무조사의 본뜻은 세무조사를 통해서 엄벌하겠다는 것보다는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지도적 성격이 더 짙다. 그래야만 한다.

 

그런데 ‘복지재원 55조원 마련을 위한’ 세무조사라면 말이 달라진다. 세무조사가 경직될 수밖에 없다. 납세자의 권리가 무시되고 부실과세가 될 우려가 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누가 챙긴다고, 세무조사는 과세관청이 하고 돈은 로펌이나 회계관련 단체 등 엉뚱한 자가 챙길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제안된 부가가치세 매입자 납부제도가 있다. 최종소비자가 은행카드로 결제한 금액 중 부가가치세액에 대해, 결제시스템을 바꿔서, 은행이 직접 국고에 납부하게 한다는 것이다. 논리상 흠잡을 것이 없다. 부가가치세 체납이나 결손의 경우에 대입해보면 그 효과는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가짜세금계산서를 이용한 폭탄거래에 대해 일정부분 치료효과도 예견할 수 있다.

 

반면, 소비자의 은행거래가 현금거래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카드보다 현금을 주면 10% 싸게 판다는 제안에 소비자가 솔깃할 수 있다. 대처방안이 있는가(물론 현금거래는 현행 제도 아래에서도 해결해야 될 골칫거리이긴 하다).

 

3. 이들 방안으로는 아무리 높게 잡아도 연간 몇조원의 세수입 증가에 불과하다. 설사 가능하다 해도 납세자의 기본권이 상당부분 침해될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복지재원 135조원이 맞느냐는 것이다. 갈수록 인간의 수명은 연장되기 때문에 복지비용은 상상외로 증가될 것이다. 가장 낮게 비용을 예측한 것이 아닌가 한다.

 

가장 확실한 복지재원 조달방법은 복지재원 135조원을 직접 조달하는 사회복지세를 신설하는 것이고 그게 어렵다면 세율을 인상하는 것이다.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세무행정 개선’과 ‘세무행정 개선을 통한 복지재원 마련’은 같은 것 같지만, 실상은 매우 틀리다. 전자는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겠다는 것이고, 후자는 증가된 세수입의 한도 내에서 복지를 하겠다는 의미이다.

 

4. 사정이 이러한 데도, 직접증세는 안(못)하겠다고 한다. 선거기간 중 직접증세(세율 인상)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약속은 이미 지켜지지 않고 있다. 소외지역 인재 등용이 그 대표적 예이다. 얼마나 답이 궁했으면, 서울 출신인 어느 청장의 출신지역을 선산이 있는 곳으로 했을까.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다.

 

 성서에 ‘일점일획이라도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히브리어 알파벳 특성상 점이 어디에 찍느냐에 따라서 단어의 뜻이 확 바뀌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한자의 태(太)와 견(犬)을 보면 점이 어디에 찍히느냐에 따라 그 뜻은 천양지차가 된다.

 

5. 약속이 절대로 변하지 않아야 하는 영역은 종교다. 반면, 정치인은 아침 말과 저녁 말이 달라야 한다. 정치인의 작업무대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교인은 일점일획도 변해서는 안된다. 세상과 거리가 있는 영혼의 문제를 다루기 때문이다. 변하면 사이비교가 된다.

 

정치인은 종교인이 아니다. 그리 돼서도 안된다. 같은 맥락으로 증세(세율인상) 없는 복지재원 마련이라는 약속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진정으로 국가 재정건전성을 걱정한다면, 세수입 증가한도 내에서 복지수준을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가재정이 건전해지고 북한의 위협과 통일에 대비할 수 있다.

 

※본면의 외부원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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