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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12.28. (토)

[기고]국가, 국민 그리고 세금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2항의 내용이다. 또 헌법 제38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렇듯 대한민국의 헌법은 국민주권과 국민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져야 하는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탄탄한 조세의 반석 위에 세워진 튼튼한 재정의 울타리는 고난과 위기의 순간마다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삶을 지탱해 주는 최후의 보루였다. 코로나 19라는 미증유의 재앙을 겪으며 우리는 일상을 지키는 방파제이자 국방, 치안, 환경 등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공공서비스의 원천으로서 세금의 역할을 누구보다 생생하게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우리가 주인인 나라의 안녕과 미래를 담보하기 위하여 반드시, 또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야만 한다. 매년 3월 3일이 ‘조세의 날’이 아니라 ‘납세자의 날’인 것은 그래서다. 우리 손으로 직접 튼튼하고 탄탄한 조세의 주춧돌을 놓아야만 그 위에 국가가 재정의 기둥을 세워 국민을 보호하고,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주인공은 우리 자신이다.

 

세심(稅心) : "조세에 대한 올바른 생각을 심다"

 

그러나 국가 운영의 기초가 되는 세금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본원이 지난 2023년 1월 전국 17개 시도에 거주하는 25세~64세 성인남녀 2,400명을 대상으로 납세의식을 조사한 결과1), 응답자의 45%가 “각종 세금에 대해서 모르는 편”이라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88.2%는 소득세 최고세율을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었다.

 

문제는 이 같은 ‘조세 외면’ 현상이 젊은 세대에서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20대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9.4%가 각종 세금에 대해 “잘 모르는 편”이라고 대답했고, 56%는 10%로 고정되어 있는 부가가치세율조차 모르고 있었다. 미래를 책임져야 할 젊은 세대의 조세 이해도의 하락과 그에 따른 납세순응도 저하라는 악순환이 우려되는 지점이다.

 

헌법에 아로새겨진 국민 주권과 의무의 의미를 다시 떠올려야 한다. 기본, 즉 사람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세금에 대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올바른 이해 없이는 조세와 재정이 건강하게 순환하는 체계를 유지할 수 없다. ‘조세에 대한 올바른 생각’이 심어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뼈를 깎는 세정과 세제의 혁신이 일어나도 큰 힘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세심(稅心)이 먼저다.

 

왜 초등 조세교육인가?

 

부모는 물론 친구, 선생님, 이웃 등 많은 대상과 ‘관계 맺기’를 시작하며 사회에 대한 시선을 구체화하기 시작하는 초등 교육과정이 세심(稅心)의 적기이다.

 

일반적으로 특수 목적이 아니면 세금에 대한 교육은 접하기 어려운 것이 교육현장의 현실이며, 특히 초등학교 교육에서는 조세 관련 교육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과 과정 속에서 조세에 대해 언급하더라도 단편적인 지식 전달에 가깝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도 올바른 납세의식을 갖추기 어렵게 된다.

 

스웨덴은 국민부담률2)이 40%대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편에 속하지만, 스웨덴 국민들은 국세청을 가장 신뢰하는 정부부처로 꼽는다. 국민의 세금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납세의식 수준이 이런 ‘아름다운 역설’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신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 없다. 초등학교 때부터 진행되는 체계적인 조세교육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뿌리내려 시간이 흐른 뒤 아름다운 꽃을 피운 것이다.

 

‘삼세지습지우팔십(三歲之習至于八十,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이라는 고사성어처럼 미래 사회의 주인인 학생들이 어린 시절부터 세금에 대한 올바른 의식을 갖고 민주사회의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서둘러 조세교육에 착수하여야 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바람직한 납세의식을 함양하기 위한 맞춤형 조세교육을 설계하고 초등학생 시범교육에 우선 착수한 이유이다.

 

본원에서 진행하는 “함께하는 세심(稅心)교실”은 ‘조세에 대한 올바른 생각을 심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본래 단어의 의미대로 세심(細心), 꼼꼼하고 빈틈없이 체계적인 교육을 하겠다는 의지도 반영됐다. 함께하는 세심교실에서 아이들은 세금이 자신들에게 꼭 필요한 공공재를 생산하는데 쓰이며, 편중된 부를 재분배하는 데 활용되고, 국민(학급 구성원)의 경제적 행동에 유인을 제공하게 된다는 사실을 체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조세의 필요성과 납세의 가치를 체화하는 것이다.

 

또 학습 경제 활동 속에서 꾸준히 세금을 납부하는 활동을 통해 미래의 성실한 납세자로서의 태도를 자연스럽게 기를 수 있다.

 

조세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

 

우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이제 더 먼 미래를 준비하고자 한다.

 

우선 학생 참여형 조세교육 프로그램인 초등학생 대상 “함께하는 세심교실”의 도입 학급을 올해 180개로 늘릴 계획이다. 또 사회에 일찍 발을 딛는 직업계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특화된 조세교육 프로그램 개발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일반 국민들과 조세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방법과 납세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여러 기관이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조세교육의 지역별·학교별 편차를 극복하기 위해 유관기관을 포함한 통합협의체를 구성하여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조세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이미 제주특별자치도 교육청과는 조세교육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세종특별자치시 교육감과는 조세교육 사업에 대한 교감을 나눠 적극 협조하기로 약속하였다.

 

궁극적으로, 본 연구원이 가지고 있는 우수한 인적 및 연구 자원을 활용하여, 납세자마다의 세금에 대한 지식과 정보 격차를 메우고 미래의 소중한 납세자들을 대상으로 세금에 대한 이해를 도와, 납세자의 태도를 바꾸어 나가도록 하겠다.

 

“조세정책은 경제학이라는 ‘과학’이 근거를 이루는 정치적 ‘예술’”이라는 말처럼 과학적 분석을 통해 심혈을 기울여 수립한 정책도 국민의 공감과 이해를 구하지 못한다면 본래 의도한 효과를 구현하지 못하고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초등 조세교육은 단순히 세금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세와 책임을 함양하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본원의 활동을 통해 국민 모두가 주인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국가와 공동체에 봉사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며, 미래 세대가 책임감 있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함께하는 세심교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23년 3월 조세지식공유팀을 신설하여, 전 국민 대상 생애주기별 맞춤형 조세교육 프로그램을 기획·제공함으로써 조세 전반에 대한 국민의 이해 제고 및 바람직한 납세의식 함양을 목적으로 조세교육사업을 추진해왔다.

 

가장 먼저 세종 및 충청권역 초등학교 5~6학년 37개 학급을 대상으로 2023년 8월~11월 ‘함께하는 세심교실’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

 

2024년에는 모집대상을 전국 180개 학급으로 확대 운영하며, 이미 지난해 12월에 조기에 모집을 마감하였다.

 

각주

1)우리나라 국민의 납세의식 조사 (2023.1.5.~2.2.)

2)조세와 사회보장기여금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조세부담률+사회보장부담률)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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