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신탁 증여의제로 증여세가 과세된 경우 사안별로 사실관계가 다를 것이므로 그에 따른 대응방법도 달라야 하겠지만, 결국 조세회피 목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
명의신탁은 소유자로 공부에 등재된 사람과 실제소유자가 일치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며, 상속세 및 증여세법도 제45조의2에서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라는 제목으로 “권리 이전・행사에 등기 등이 필요한 재산(토지・건물 제외)의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에는 실제소유자가 명의자에게 증여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증여의제 규정은 그 앞 조항의 ‘배우자 등에게 양도한 재산의 증여 추정’(제44조)이나 ‘재산 취득자금 등의 증여 추정’(제45조)과 같은 추정 규정이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 일단 증여로 추정하되, 납세자의 반증이 있는 경우 증여를 부인할 수 있는 것과는 달리, 반증이 있더라도 정책적으로 증여로 보도록 되어 있고, 법으로 정한 ‘일정한 경우’에만 정책적으로 증여로 보지 않는다.
여기에서 ‘일정한 경우’에 대해서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의2 제1항 각 호에 나열되어 있는데, 이 중 가장 대표적이고 문제되는 경우가 조세회피 목적이 없는 경우이다(그 외 자본시장법에 따른 신탁재산 사실의 등기를 한 경우 및 비거주자가 법정대리인・재산관리인의 명의로 등기한 경우가 있음).
명의신탁 증여의제 과세대상에서 부동산이 제외됨에 따라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에 의하여 과세되는 재산의 대부분은 주식인데, 회사를 설립하여 운영하다 보면, 가족이나 친지 또는 지인 간 상호 신뢰에 기초하여 불가피하게 또는 편의상 명의신탁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필요성에 의하여 명의신탁을 실행한 상황에서 조세회피 목적만 없다면 증여세로 과세될 우려가 없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필자가 조세심판원에 근무할 당시에도 조세회피 목적이 있는지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아 납세자들이 실제로는 조세회피 목적 여부 입증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특히 과세관청이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하여 증여세를 과세한 경우 불복절차를 통하여 조세회피 목적이 없었음을 인정받기는 더욱 어렵다.
이러한 현실에서 과세관청이 기장거래처에 대한 세무조사결과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하여 증여세를 과세한 건에 대하여 최근 불복과정을 거친 결과, 주식 명의신탁과 관련하여 조세회피 목적이 없다는 사실이 인정된 사례가 있어 소개해 본다.
청구인 A는 운수・창고업을 영위하는 甲법인의 실질적인 대주주로서, 사업을 확장하고 더욱 많은 일감을 수주하기 위하여 동일한 업종의 乙법인을 설립하여 甲법인과 함께 발주처의 입찰에 참여하였다.
그런데, 발주처들은 이와 같이 사실상 1개의 회사가 단순히 낙찰 확률을 높이기 위해 다수의 특수관계회사들과 함께 입찰에 참여하는 사례를 방지하고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입찰서류로 주주명부를 제출하게 했다.
A는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자 甲·乙 회사가 특수관계가 있는 사실상의 1개 회사로 취급되지 않고 각각 별도의 회사로 보이도록 하기 위하여 甲회사의 지분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장모 등에게 甲회사 주식(쟁점주식)에 대한 명의신탁을 하게 되었다.
수년 후 A는 명의신탁관계를 해소하고 다시 쟁점주식을 본인 소유로 환원하게 되었으며, 환원될 때까지 명의신탁 주식의 소유권에는 변동이 없었는데, 명의신탁 주식이 환원된 이후 과세관청은 당초 乙회사가 쟁점주식을 장모 등에게 양도한 거래에 대하여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하여 증여세 과세처분을 하였다.
위 과세처분에 대하여 A는 해당 쟁점주식 거래는 조세회피 목적 없이 순전히 입찰에서 유리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거래라고 주장하였다(동 거래에서 주식 양수에 따른 거래대금은 실제소유자인 A가 부담하였음).
또한, A는 조세회피 목적이 없다는 사실과 관련하여, ①해당 법인이 조세채무를 납부하지 못하여 체납상황이 발생하고 그에 따라 과점주주에게 2차 납세의무를 지정해야 할 상황이 되어야 2차 납세의무 회피를 위한 조세회피 목적이 있다고 할 것인데, 그러한 체납상황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던 점, ②甲회사와 乙회사 모두 배당을 실시한 사실이 없고, 乙회사의 경우 계속적으로 결손이 발생하는 등 배당을 예상하기도 어려웠으므로 A가 고액의 배당에 따른 누진세율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없는 점, ③쟁점주식은 비상장주식으로서 A는 명의신탁을 통하여 대주주 주식양도에 따른 양도소득세를 회피할 여지가 없고, 명의신탁한 주식은 다시 청구인 A에게 소유권이 환원될 때까지 타인에게 양도한 사실이 없었으므로 양도소득세가 회피되었다고 볼 수 없는 점, ④그 외 취득세(간주취득세)나 증권거래세 등이 회피된 사실이 없는 점 등을 주장하였고 결국 청구인의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한 명의신탁은 막아야 하고, 그러한 명의신탁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증여세를 과세하여 공정성과 형평성을 제고해야 하겠지만,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의2에 따르면, 조세회피 목적 없는 명의신탁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는다고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결코 경시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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