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보람 '세무회계 청룡' 대표세무사
일어통역·일본학 전공→의류 무역회사 직원→세무사사무소 직원→세무사로 변신
의류회사때 양장기능사·세탁기능사 자격도 취득…"세무사는 끊임없이 공부하는 직업"
서울지방세무사회 국제협력위원 임명…다양한 나라들과 교류로 한층 더 성장 각오
서울지방세무사회가 국제조세 분야에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잰걸음에 나서고 있다. 이른바 밸류체인(가치사슬) 강화다.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국제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조세전문가로서 업무영역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그 선봉에 서울지방세무사회 국제협력위원회가 있다.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해외 사정에 밝고 언어가 능통한 젊은 세무사들이 합류해 혁신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의류 무역회사 직원에서 세무사사무소 직원으로, 그리고 다시 세무사로.
김보람 세무사가 밟은 삶의 여정은 매우 흥미롭다. 일어통역과 일본학을 전공하고 무역회사에서 일하던 그는 어느 날 산업의 전선을 떠나 최종적으로 세무사의 길을 택했다.
그녀에게 세무사라는 직업은 무거운 책임감이다. 열정과 책임감을 갖고 납세자의 일을 내 일처럼 고민하며 납세자들에게 최선의 답을 제공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다. 인터뷰 내내 ‘세무사의 무게’를 강조하는 그의 진지한 표정과 한마디 한마디 말 속에 열정과 진심이 묻어 나왔다.
섬세하고 치밀하고 당찬 그녀는 올해 8월 57기 동기인 박상희 세무사와 함께 ‘세무회계 청룡’을 세웠다. 앳된 외모에 ‘개업 5개월차’지만 그는 근무세무사 3~4년, 세무사사무소 근무 5~6년차를 거친 탄탄한 내공의 소유자다.
“납세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는 세무사가 되고 싶다”는 그를 지난 20일 서울 성동구 ‘세무회계 청룡’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보람 세무사는 세무업계와 인연을 맺기 전 일본에 옷을 제작해 수출하는 무역회사에서 5년간 근무했다. 일본 바이어의 요청에 맞춰 원단·부자재를 수배하고, 일본어로 된 작업 지시서를 중국 공장에 번역해 보내고 옷 샘플 점검, 원단·의류 검사, 선적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다 그의 손을 거쳤다.
그녀의 성실함과 끈기는 첫 회사에서도 발휘됐다. “옷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로 입사했기 때문에 주말에 공장 사장님에게 패턴이나 봉제하는 것을 배우기도 하고 디자인 학원을 다니기도 하고 양장기능사와 세탁기능사 자격증도 취득했었다.” 그러나 업무 특성상 예상치 않은 돌발변수가 계속 불거지는 일이 많아 성격에 맞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장점인 ‘꼼꼼함’을 살릴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세무사사무소로의 이직을 결심했다. 특히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와닿았다고 했다. “세무신고는 1년의 흐름이 정해져 있는 점이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는 세무사사무소에서 근무하다 큰 꿈을 품고 세무사 시험에 도전했다. “만약에 내가 세무사사무실 직원으로 근무한다고 해도 이 업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지식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기로 결심했다. 주말 세무사반을 개설한 학원에 등록했다. 평일에는 일하면서 예습·복습 위주로 공부하고 주말에는 학원에서 하루종일 수업을 들었다.
공부 시간이 부족했다. 잠을 줄이는 수밖에 없었다. 아침 5시에 일어나 세무회계 공부를 하고, 사무실에 출근했다. 출퇴근길에는 세법 책을 계속 읽었다. 퇴근 후에도 카페 가서 문닫는 시간까지 재무회계와 원가회계 공부에 매진했다. 3년간을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병행하며 세무사시험 공부에 꼬박 매달렸다. “명절 때도 안 쉬었어요. 하루도 안 쉬었어요. 정말 3년간을요. 누가 소원이 뭐냐고 물어보면 ‘자고 싶어요’라고 말했어요.”
그는 지금도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한다. “공부를 계속해요. 세무사는 정말 끊임없이 공부해야 되는 직업인 것 같아요.”
개업한 지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일본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일본어로 된 계약서와 인보이스를 막힘 없이 읽고 세무처리 할 수 있는 그의 경력을 전해듣고 고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옷에 대해 잘 아는 세무사랑 일하고 싶다”고 찾아와 기장계약을 의뢰한 업체 대표도 있었다. 의류를 일본에 수출하는 데도 도움을 받고 싶다고 했다. 일본에 수출하는 영상 제작업체 대표도 “일본어로 소통할 수 있는 세무사를 만났다”며 기장계약을 체결했다.
세무사로의 소신을 묻자 그는 가장 먼저 ‘세무사의 무게’를 강조했다. 거래처 성장과 절세를 위해 무엇보다 세무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공감’이다. 그 사람의 입장에 서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그래야 정확한 컨설팅이 된다는 것이다.
“사업장 설립·운영방향에 대해 최대한 자세히 조사하고 그 사람의 입장이 돼서 어떤 부분이 중요할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특히 막 사업을 시작했거나, 성장하는 과정인 회사는 사업장 설립·운영방향에 대해 최대한 자세히 조사합니다. 상담할 때 세무사 2명이 무조건 동석해 앞으로 수출계획, 자사몰·스마트스토어 오픈계획, 판매물품 등을 꼼꼼히 물어요. 어떤 생각을 갖고 사업하는지, 어떤 걸 주력으로 하고 싶은지, 앞으로의 비전에 따라서 세무관리하는 부분이 달라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수임을 문의하러 온 한 회사 대표는 “세무사가 이렇게 자기가 하는 일을 자세히 질문하는 게 처음이다”며 바로 수임계약을 맺었다.
빠른 피드백도 만족도가 높다. 세무사와 거래처 사장님간 단톡방을 개설해 빠르게 피드백하고 있다.
근무 세무사로 일할 당시 다른 세무사들이 ‘승산이 없다’고 거절한 세무조사에 매달린 일화는 그의 공감능력과 책임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저를 믿고) 맡기신 걸 어떻게든 도와드리고 싶었어요. 결과가 뻔히 나와 있는데 제가 진짜 너무 열심히 해주는 게 보이더래요.” 그같은 그의 노력은 결국 좋은 결실을 맺었다. 감동한 업체 대표는 그가 개업하자 많은 거래처를 소개해 주기도 했다.
그는 이달초 서울지방세무사회 국제협력위원에 임명됐다. 세무 쪽으로 진로를 결정하면서 일본어를 이전만큼 쓸 수 없다는 사실이 항상 아쉬웠다는 그는 “앞으로 국제협력위원으로서 책임을 갖고 다양한 나라와 교류를 통해 한층 더 성장해 나가고 싶다. 또한 회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활동도 함께 진행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자격을 취득한 후 세무사라는 직업이 갖고 있는 무게에 대해 더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그가 세무사 시험에 도전하는 세무사사무소 직원들에게 하는 조언으로 인터뷰를 맺는다.
“간단한 마음으로는 안 된다. 이 자격이 주는 무게가 굉장히 무겁다고 생각하거든요. 내 말 한마디에 납세자들의 권익과 세금이 움직인다는 부분에 대해 충분히 생각을 하고 어울리는 직업인지도 고민해 보고 결정하셨으면 좋겠어요. 책임감이 직원일 때랑은 너무너무 다르게 커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