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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1.05.18. (화)

내국세

주주명부만 보고 2차 납세의무자 지정?…소극행정 '전형'

체납법인 대표자와 이름 비슷하다며 2차 납세의무자 지정

부친으로부터 명의도용 당했으나, 실질권리 여부 확인없이 지정

납세자 정신적·재산적 피해 우려…국세행정 신뢰 추락으로 이어져

세무대리계, 2차 납세의무 지정시 주주명부 외에 현장확인·인터뷰 필요 지적

 

 

국세청이 제2차 납세의무지정 과정에서 현장확인 없이 단순히 주주명부만을 참고삼아 2차 납세의무자를 지정함에 따라 억울한 납세자가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2차 납세의무지정은 납세자의 재산권에 심각하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세청 TIS에 기록된 주주명부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권리를 행사한 여부 등을 찾기 위해 현장확인 및 인터뷰 등이 필요함에도 이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일선세무서 A직원에 따르면, 2년전 서울 K세무서는 자신의 고향에 있는 지인에게 제2차 납세의무자 지정통지서를 발송했으며, 대표주주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지인의 호소에 사실 확인에 나섰다.

 

확인 결과, K세무서 조사관은 체납 중인 대표주주와 이름 및 주민번호 뒷자리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친인척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A직원은 “당시 K세무서 담당직원에게 조용히 내부 전자메일을 보내 시골지역으로 집성촌이며, 같은 동네이다 보니 이름도 주민번호도 비슷하나 친인척은 아니다고 말해 조용히 해결했다”며, “TIS에 있는 친인척 관리시스템을 확인하거나 전화 한통만 했다면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K세무서 직원의 실수를 같은 국세청 직원이 조용히 해결한 사례이긴 하나, 제2차 납세의무자 지정을 받은 납세자의 경우 결국 국세행정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같은 행정착오 뿐만 아니라, 주주명부만을 근거로 2차 납세의무를 지정하는 등 소극행정을 넘어 탁상행정으로 발전한 사례도 있다.

 

납세자 B씨(女)의 경우는 만 22세가 되던 2002년경에 아버지가 자신의 동의도 없이 무단으로 이름을 도용해 법인 출자자로 등록한 후 계속해서 법인을 유지하다 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된 사례다.

 

B씨의 아버지는 2013년경 아들인 C씨에게 법인 사업을 넘기면서 주주 명부를 교체하지 않았으며, C씨는 사업을 물려받은 후 자료상 행위를 하다 국세청으로부터 조사를 받은 후 해당 법인은 수억원의 세금이 부과돼 체납 중이다.

 

문제는 M세무서가 지난해 7월 현장확인이나 전화 한통없이 수억원에 달하는 체납세금의 제2차 납세의무자로 B씨를 지정하면서 불거졌다. 이미 M세무서는 아들인 C씨에 대한 자료상 조사를 마친 상태로, B씨 및 법인 설립자인 아버지에게 전화 한통만 했으면 실질적으로 법인에 대해 권리를 행사한 이를 쉽게 찾아낼 수 있었음에도 단순히 주주명부만을 근거로 제2차 납세의무자를 지정했다.

 

이와 관련 국세기본법 제39조에서는 체납법인의 채권을 확보할 수 없을 때에는 출자자에게 제2차 납세의무자를 지정할 수 있으며, 지정과정에서 세무서 직원은 제2차 납세의무자 지정 검토서를 작성해 상급자 결재를 받아 전산에 수록하면 지정이 완료된다.

 

또한 제2차 납세의무자 지정검토서 조사자 작성란에 ‘과점주주에 해당하며 실질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자’로 규정돼 있기에, 담당 조사관은 실질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자를 찾기 위해 반드시 현장확인이나, 최소한 인터뷰를 진행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앞서 M세무서의 사례처럼 단순히 주주명부만을 근거로 명의를 부친에게 도용당한 B씨를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함에 따라, 정작 실질적으로 법인의 대표이자 자료상 행위자인 C씨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이상한 상황이 됐다.

 

이번 사례에 대해 모 세무대리인은 “해당 조문에서 과점주주만을 제2차 납세의무자 지정요건으로 규정했다면, 모든 법인들이 무재산자의 명의를 빌려 주주명부에 등재시켜 놓은 후 세금을 체납해도 실질적으로 법인을 운영한 자는 강제할 수단이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점주주에 해당하며 실질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자라는 조문을 만든 이유는 제2차 납세의무자 지정시 주주명부에만 의존하지 말고 실제 법인운영자를 찾아 끝까지 조세채권을 확보토록 하는 것이 입법취지”라고 덧붙였다.

 

B씨의 사례처럼 설령 납세자가 주주명부를 바꾸지 않은 일차적 책임이 있더라도, 국세청은 국기법 제14조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과점주주이면서 실질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자’를 적극적으로 찾아 억울한 납세자를 미연에 방지해야 할 책임이 있다.

 

B씨는 현재 M세무서의 제2차 납세의무 지정에 반발해 불복절차를 밟고 있으며, 이와 별개로 국민권익위원회 소극행정 신고센터에 문제를 제기한 상태다.

 

이처럼 억울하게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받은 납세자는 정신적 충격과 재산적 손실을 입게 되며, 부차적으로 권리구제를 위한 납세협력비용도 발생하기에 일정금액 이상에 대해서는 반드시 현장조사와 지정대상자에 대한 인터뷰가 수반돼야 한다고 세무대리계는 지적하고 있다.

 

수도권 소재 다른 세무대리인은 “제2차 납세의무 지정과정에서 억울한 납세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행정에 나서야 할 책임이 과세관청에 있다”며 “주주명부만을 근거로 납세의무를 지정하는 일선세무서의 관행은 소극행정과도 맞닿아 있는 만큼, 적극행정을 표방한 정부의 정책기조를 되살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정가에서는 이번 제2차 납세의무자 지정과 관련한 유사사례가 전국에 산재해 있을 것이라며 실태점검을 통해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세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제2차 납세의무 지정시 가족관계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전산시스템이 개선됨에 따라 현재는 반드시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각 지방청 감사관실에 소극행정 및 업무해태 등 세정신뢰를 떨어뜨리는 행위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업무감사를 진행토록 업무연락을 취했다”며 “제2차 납세의무지정과 관련해 억울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일선 직원들의 적극행정을 장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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