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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8. (목)

"입법공백으로 청년세무사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인터뷰]이창식 제25대 한국세무사고시회장 

 

"56기 세무사 '임시등록번호' 부여받아 활동…세무사회 등록 못해"

"교육 활성화 위해 지방세·사전컨설팅·경영법 등 차별화된 주제로 실시"

최초로 신입 세무사를 임원으로 영입…심재용(총무), 김정윤(국제), 김현주(청년센터장)

"후배 세무사들에게 분명한 미래 제시하고파…다양한 노하우 제시할 터"

 

세무사계 최대 임의단체인 한국세무사고시회는 ‘실무교육’, ‘1인 시위’, ‘청년세무사학교’ 등 뚜렷한 족적을 각인시키며 대내외 위상을 높이고 있다. 역대 회장과 회직자들이 세무사의 권익 대변을 위해 진심으로 애써온 방증이다. 

 

지난해 취임한 이창식 제25대 한국세무사고시회장은 어떤 포부로 역사를 이어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26일 이창식 회장이 대표로 있는 세무법인 택스테크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을 찾았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회무에 쏟느라 여념이 없다"고 말하는 이 회장이 1만3천여 회원들을 위해 어떤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 취임 두 달이 막 지났지만 벌써 이런저런 활동 소식이 들려온다. 최근의 근황을 들려달라.

 

“작년 11월20일 취임식과 함께 제25대 집행부가 출범했고, 12월에는 첫 임원 워크숍을 가졌다. 취임 이전부터 주력했던 ‘세무사법 개정안 통과’를 위한 국회 앞 1인 시위도 계속됐다.

 

이달에는 회원들을 위한 개정세법과 법인세 조정 핵심 실무교육을 제공한다. 취득세 및 중과세 제도에 대해 다양한 쟁점을 소개하는 책 ‘취득세 실무와 중과세 해설’ 특별주문 이벤트도 진행했다. 교육 신청은 물론, 특별구매 도서는 준비한 재고가 거의 소진될 정도로 인기리에 신청을 마감했다.

 

일상적인 회무부터 대외 활동까지 할 일이 무척 많다. 회장직을 맡은 기쁨과 즐거움을 느낄 겨를도 없이 바쁜 상황이라 책임감과 부담감이 큰 것이 사실이지만,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 내달 임시국회가 열린다. 세무사법 개정안과 관련해 어떤 대응을 준비하고 있나.

 

“작년 9월부터 헌법재판소와 국회 앞에서 이어온 1인 시위가 1월 임시국회 종료 후 잠시 휴지기에 있었다. 세무사법 개정안 통과를 요구하기 위해 내달 1일부터 1인 시위를 국회 앞에서 재개한다. 1인 시위와 함께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홍보 활동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세무사법 개정안이 방치돼 벌어지는 가장 큰 문제는 새로 자격을 취득한 세무사들이 등록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입법공백으로 인해 56기 세무사들이 기재부의 임시등록번호를 부여받아 활동하고 있다. 올해 배출될 57, 58기 세무사들까지 합치면 수많은 세무사들이 정당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된다. 법정단체인 한국세무사회에 등록을 하지 못하면 일하다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어떤 보호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정말 시급한 문제다.

 

1인 시위 릴레이를 펼치면서 지방에 있는 고시회 회원도 찾아와 참여해 주시곤 했다. 지금까지는 고시회 임원 위주로 지속했지만, 좀 더 많은 세무사 분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하수용 사업부회장을 필두로 1인 시위를 준비하는 고시회 사무국에 연락하면 누구나 시위에 참여할 수 있다. 관심을 행동으로 실천해서 하루 1명씩만 도와주셔도 큰 힘이 되겠다. 특히 당사자인 젊은 세무사 분들의 관심이 절실하다. 그 분들이 나서주셔야 납세자들도 문제를 인지할 수 있다.”

 

■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회무는?

 

“세무사법 개정안 통과를 위한 노력에 다들 집중하고 있다. 지난 임원 워크숍에서 이석정 총무부회장이 세무사법의 변천사 자료를 준비한 이유이기도 하다. 2003년부터 작년까지의 내용을 모두 정리해서 임원들이 제대로 알고 있자는 취지로 교육을 진행했다.

 

다음으로는 교육의 활성화 방안을 찾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고시회가 제공하는 교육은 정치성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실력으로 강사를 초빙해 인기가 높았다. 세무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내용으로 구성해서인지 회원들이 알아서 찾아왔다. 그간 국세를 주로 다뤘는데 앞으로는 지방세, 사전 컨설팅, 경영법 등 다양한 주제로 차별화를 꾀할 계획이다.

 

작년에는 코로나 위기에 대응해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온라인 교육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집중도가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 이에 따라 온라인 교육은 날짜를 정해 한시적으로 공개하고, 유튜브에는 신고기간 납세자를 위한 콘텐츠를 게재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유튜버로도 활동하는 김조겸 홍보이사가 채널 활성화를 맡기로 했다.

 

불법 세무대리 행위에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다. 국회·세무사회 등 건의를 통해 목소리를 내고, 대국민 홍보에도 나서겠다. 세무사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세무사제도의 발전을 위한 세미나·공청회를 추진할 계획도 있다. 징계사항 등 여러 문제의 소지가 있는 독소조항에 대해 학계 전문가와 인접 자격사 등을 모시고 의견을 수렴할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세무사제도가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발전 방향을 찾고 싶다.

 

임기 2년은 생각보다 짧다. 욕심만 부린다고 될 일도 아닌 것 같다. 꾸준히 해온 게 기억에 남는다. 1인 시위, 교육, 청년세무사학교 등 그간 고시회가 쌓아온 성과를 잘 살리고, 새로운 것이 있으면 추가해서 회원들을 위한 회무를 추진하겠다.”

 

■ 세무사고시회 집행부는 ‘너나 할 것 없이 열심히 일하는’ 건강한 조직의 이미지다. 이 회장도 8년간 회직에 봉사했는데, 세무사제도 발전에 남다른 열망을 품게 된 계기는?

 

“고시회 활동 전 서울지방세무사회와 본회에서 회직을 맡으면서 청년세무사, 특히 업력이 적은 세무사들의 상황이 너무 열악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2007년 세무사 자격을 취득하고 개업한 초기 3년간 정말 고생하기도 했다. 변화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누군가는 나서서 주장하고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게 세무사로서 살아온 시간의 8할을 회직과 병행했다.

 

고시회 임원들은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봉사를 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인지 점점 젊은 세무사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어려웠다. 이번에 집행부를 꾸릴 때는 직접 유망한 청년 세무사들에게 연락해 추천했다. 신입 세무사를 임원으로 영입한 것은 최초일 것이다. 56기 세무사인 심재용 총무이사, 김정윤 국제이사, 김현주 청년회원지원센터장이 그 주인공이다. 주관도 뚜렷하고 무척 열정적으로 활약하는 분들이다.

 

회장직을 맡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결정은 임원 20여명의 의견을 듣고 내린다. 혼자 빛나기보다는 한 명의 세무사로서 도울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돕고, 함께 나아가고 싶다.”

 

■ 취임사에서 “후배 세무사들에게 분명한 미래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인상 깊었다.

 

“세법이 점점 복잡해진다. 젊은 세무사들이 살 수 있는 미래를 만드려면 좋은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원활하게 사업할 수 있도록 영업과 컨설팅 노하우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미래에는 세무사들이 우리가 예전에 겪은 것처럼 어렵지 않게 탄탄한 입지를 다지기를 바란다. 본인의 노하우를 갖출 수 있게 만들려다 보니 교육이 고시회 사업의 주가 된 것이다.

 

실무교육 외에도 고시회는 청년세무사학교, 신입회원 환영회, 명예승계제도 등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신입회원 환영회는 57, 58회를 한꺼번에 11월에 개최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청년 세무사와 원로 세무사를 연결하는 명예승계제도는 준비작업이 많이 필요하다. 장기간의 연구와 조사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고시회 활동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큰 것 같다.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요구하는 기대도 있는데.

 

“각각 독특한 특색이 있는 다른 임의단체들과 달리 세무사고시회는 1만3천여 회원을 둔 세무사회 내 최대 임의단체다. 그렇다보니 고시회가 편을 들어주기를 바라는 사람도 많다. 그렇지만 고시회는 철저히 중립을 지킨다. 본회와도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항상 의견을 내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고맙다는 인사도 수차례 받았다. 고시회 사무국으로 ‘내가 참여하진 못하지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종종 전화가 온다. 그럴 때 가슴 뭉클한 보람을 느낀다. ‘너무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 1인 시위도 잘 지켜보고 있다’ 등등. 이런 말들이 힘이 된다.”

 

■ 끝으로 회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코로나로 힘들지만 잘 버텨 나가시길 바란다. 세무사법에 대한 관심도 다시 한번 부탁드리고 싶다. 정말 여론이 중요하기 때문에 각자 자리에서 노력해 주셔야 한다. 본회에는 등록을 못한 세무사들이 소외되지 않게 조금 더 신경 써 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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