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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9. (금)

주류

주류 규제완화 했더니…와인에 날개 달아준 '스마트오더'

국세청 "국내 주류산업 경쟁력 높이겠다" 규제 개선
스마트오더 허용 석달…국산주류보다 수입주류 수혜 커

주류는 고세율로 과세된다. 기호식품이지만 알코올 중독, 범죄, 의료비 증가 등 여러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대부분의 국가에서 과세와 각종 규제를 통해 주류산업을 관리하고 있다.

 

국세청 역시 주세 관리와 함께 면허권에 근거해 주류의 제조, 유통, 판매 등 단계별 사항을 까다롭게 규정해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지난 19일 기재부와 국세청은 ‘주류 규제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앞으로는 주류 행정의 기본 방향에 ‘주류산업의 경쟁력 강화’ 지원 기능도 중시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내 주류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주류 행정에서 적극적인 규제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관심을 모으는 것은 통신판매의 확대 허용이다. 그간국세청은 술의 경우 대면거래를 원칙으로, 전화나 온라인 등을 통한 통신판매는 엄격하게 규제해 왔다. 사실상 전통주만 ‘우리 술 진흥’ 차원에서 통신판매를 허용해 줬다.

 

그런데 IT기술 발전 등 유통산업 전반의 변화를 이유로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규제개선을 건의하자, 점차 규제가 풀리고 있다.

 

지난 3월 '스마트오더’가 본격 허용된 것이 대표 사례다. 주류도 핸드폰으로 주문·결제한 뒤 매장에서 직접 인도받을 수 있게 된 것.

 

당시 국세청은 기대 효과로 ‘소비자와 소상공인의 편익이 높아질 것’을 내세웠지만, 일각에서는 “와인 수입·판매업자 등 수입주류 관련업체만 이득 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전통주도 새로운 판로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어서 판매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주류 스마트오더 허용 석달…와인에 '날개'

전통주·수제맥주 등 국산 주류 제조업계 "활용 방안 모색 중"

주류 도매업계 "통신판매 빗장 풀릴 것" 우려

 

그러나 스마트오더를 허용한 지 석 달이 지난 현재, 아직까지는 국산 주류보다는 수입 주류가 대부분인 와인 등이 최대 수혜를 입고 있는 실정이다.

 

먼저 편의점이 발빠르게 움직여 GS25는 스마트오더 허용 이전부터 와인 당일 예약서비스 ‘와인25’를 도입했고, 이마트도 지난해 7월부터 와인 예약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특정 점포의 경우 스마트오더 도입 후 와인 매출이 한달 만에 355% 신장한 곳도 있다.

 

백화점에서도 와인 매출이 급증했다. 지난 25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와인 판매를 시작한 후 매출 신장률이 전년동기 대비 45.9%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SSG닷컴에 ‘신세계 와인하우스’를 열면서 치즈, 살라미 등 곁들여 먹는 수입 식품도 덩달아 매출이 올랐다.

 

주류업계에서 확산 중인 스마트오더 서비스는 스타벅스 등 대형 커피점의 스마트오더 시스템보다는 서점 등에서 제공하는 책 수령 서비스에 가깝다. 책을 다소 저렴한 가격으로 온라인 구매한 후 배송비 없이 서점에서 직접 찾아가는 모 서점의 ‘바로드림’ 서비스처럼, 온라인으로 주문·결제한 뒤 매장에서 재차 성인 인증을 거쳐 구매한 술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이같은 판매방식은 와인처럼 품종과 생산국가, 가격대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가 뚜렷한 주종에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는 평가다. 기본적인 가격대가 높아 스마트오더를 이용했을 때 효용이 크다는 점도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한다.

 

반면 소주, 맥주 등의 대중주는 특별한 목적 없이 구입하는 경향이 크고, 재고의 영향을 받는 일도 드물다. 또 전통주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다는 약점을 안고 있어 스마트오더 시스템을 활용하는 경우를 찾기 힘들다.  

 

매장에서 스마트오더를 운영하려면 관련 앱 등을 개발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소상공인은 이같은 인프라 구축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매장 내 스마트오더 이용이 낯선 소비자들도 있어 국세청이 의도한 결과가 나타나기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국내 주류 제조업체들은 대체로 규제 개선을 반기는 분위기다. 스마트오더를 부분적 통신판매 허용으로 보는 관점이다. 제도 허용 초기인 만큼 좀더 두고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전통민속주협회 관계자는 26일 “아직 많은 소비자들이 전통주와 스마트오더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이용이 활발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전통주 유통사를 통해 스마트오더 시스템 구축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세븐일레븐, GS25 등 편의점을 시작으로 전통주 스마트오더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국산 수제맥주 제조사들도 티몬 등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스마트오더를 활용해 보려는 시도가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정진 한국수제맥주협회장은 “스마트오더를 업계에서 현실적으로 적용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며 “좀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회장은 “협회 차원에서는 소규모 업체들이 다같이 모여 스마트오더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방안을 모색하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내 주류시장은 최근 5년(2014~2018년)간 연평균 성장률 -0.5%(출고량 기준)를 기록하며 침체기를 맞고 있다. 같은 기간 연평균 출고량을 보면 수입 주류가 24.4% 증가한 반면, 국산 주류는 2.5% 줄어 국내 주류 관련 업체들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국내 주류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개선한다는 취지에서 스마트오더를 허용했지만, 덩치 큰 유통사나 수입주류업체만 배불리는 데 그치지 않으려면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국세청의 스마트오더 허용을 앞두고 한국주류산업협회,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 등 몇몇 유관단체는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스마트오더가 결국 주류 통신판매 확대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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