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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16. (화)

내국세

국세청, '문서 위·변조 꿈도 꾸지마'…프린터 토너 분석해 문서 생산시기까지 추적

관련사업 조달청 통해 발주
서울국세청내 문서감정 전담팀 운영도 활성화

몇 해 전 서울지방국세청 세무조사를 받던 모 기업의 회계팀이 발칵 뒤집힌 일이 있었다.

 

임원 상여금 지급내역이 적힌 주주총회 의사록이 위조됐다는 사실이 세무조사팀에 적발됐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청 조사팀은 전자현미경, 분광비교분석기, 색차계 등 일반인들은 접할 수 없는 첨단장비를 동원해 주총 의사록 용지의 펄프 구조. 색상, 첨가물 등을 분석해 위조됐음을 밝혀냈다.

 

1일 지방국세청 조사국 조사요원들에 따르면, 최근의 세무조사에서도 문서 위·변조 사례가 간간이 드러나고 있고 그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의 경우처럼 주총 의사록 등 관련 증명자료를 위조하거나, 부동산 양도계약서 이중작성 사실이 필적감정을 통해 드러나거나, 대금 입출금 전표를 위조하는 등 다양한 수법이 세무조사 과정에서 속속 밝혀지고 있다.

 

국세청 세무조사 때 세금을 줄이려고 문서나 서류 등 각종 증빙자료를 위조 또는 변조했다가는 낭패를 보게 된다. 세액추징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검찰에 고발될 수도 있다. 실제로 주주총회 의사록을 위조한 모 기업은 세무조사 과정에서 그 사실이 드러나 상여금 손금부인과 법인세 수억원 추징, 조세범처벌법에 따른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국세청은 납세자들의 이같은 문서 위·변조 가능성에 대비해 10년 전부터 문서감정 업무를 시작했다. 기업이나 자영업자 세무조사를 나가면 현장조사요원이 회계장부 등을 중심으로 살펴보지만, 사실 국세청에는 별도의 문서감정 팀이 있다. 조사요원들이 조금이라도 의심이 들면 바로 문서감정 팀에서 진위 식별에 나선다.

 

문서감정 전담팀은 조사국 규모가 가장 큰 서울지방국세청 첨단탈세방지담당관실에 10명 이내로 구성돼 있다.

 

문서 위·변조를 가려내는 첨단장비를 30여종이나 갖추고 있다. 최대 30만배까지 확대해 종이의 재질과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주사전자현미경, 빛의 파장으로 종이나 잉크 성분을 식별하는 분광비교분석기, 종이나 인주에 남은 화학성분을 검출하는 질량분석기 등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이곳에서 문서의 작성시기와 종이, 필적, 인영, 지문의 위·변조 여부를 감정한다. 삭제된 전산자료를 복구하는 포렌식 작업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특히 국세청은 지난해 11월 문서감정 분야 중 하나인 ‘필적감정’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산하 한국인정기구(KOLAS)로부터 국제공인시험기관 인증을 받았다. 필적감정에 대해 시험과 검사역량이 있음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납세자나 세무대리인들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 또 있다.

 

국세청은 최근 들어 IT기기의 성능 향상으로 복사기나 PC를 통해 문서를 위·변조 또는 사후 작성하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함에 따라 문서작성 시기를 추정할 수 있는 분석법 개발에 나섰다.

 

쉽게 얘기하면 문서를 작성하면 반드시 프린터로 출력을 하기 마련인데, 레이저 프린터로 출력된 문서가 언제 작성됐는지 그 시기를 추적하기 위해 프린터 토너의 구조와 고분자 성분, 점착제의 종류, 왁스 등을 시대별 또는 제조사별로 분석하는 기법 개발에 착수한 것이다.

 

분석법을 개발해 해당 문서나 자료가 정상적인 시기에 작성됐는지, 조사가 나온 후 부랴부랴 작성한 것인지를 가려내겠다는 의미다. 국세청은 분석법 개발을 위해 조달청을 통해 관련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IT 보안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는 시대에 문서를 위·변조해서라도 세금을 안 내거나 줄이겠다는 심리는 어리석은 것”이라고 지적한다.

 

국세청은 전문가 양성과 장비의 지속적인 확충, 감정기법 개발 등을 통해 문서감정 업무를 한층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한편 국세청의 문서감정 적발률은 38.4%(2011년 6월~2019년 6월)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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