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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9. (금)

세무 · 회계 · 관세사

[현장에서]사면초가에 빠진 한국세무사회

지금 한국세무사회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국회 법사위의 벽을 넘지 못하며 고유의 세무업무를 변호사들에게 내어줄 상황에 놓였다.

 

세무사계에서는 ‘회계장부작성과 성실신고확인을 제외한 나머지 업무를 변호사에게 허용하자’는 국회 기재위 안이 법사위에서 쉽게 통과할 것으로 생각진 않았다. 그러나 지난 4일 국회 법사위를 지켜본 상당수 세무사들은 ‘원칙이 없다. 관행을 무시했다’며 책임을 법사위로 돌리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무사법 개정안에 대한 법사위의 답은 이미 나와 버렸고, ‘세무사들이 바라는 세무사법’ 개정은 현재로선 쉽지 않아 보인다. 법사위는 지난 4일 세무사법 개정안에 대해 ‘계류’ 결정을 내렸다. 5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한번 논의할 기회가 있다고는 하지만 정치권이 벌써 선거정국에 접어들어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많다.

 

세무사의 업무를 변호사에게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변호사 출신 법사위원들에게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었고, 제1야당의 위원장과 간사의 4월 총선 불출마 선언이라는 정치적 변수도 세무사회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지난 4일 법사위의 세무사법 개정안 ‘계류’ 결정은, 당초 국무조정실의 조정을 거친 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의미나 마찬가지다. 국무조정실이 조정한 안은 ‘세무교육’을 전제로 세무대리업무를 제한 없이 모두 변호사에게 개방한다는 내용이다. 당연히 세무사들이 받아들일 리 없다. 세무업무의 근간인 장부작성 등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별다른 타협점을 찾기 힘든 대목이다.

 

세무사계 일각에선 전제조건인 ‘세무교육(6개월)’이 진입장벽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한다. 이같은 주장은 ‘변호사의 변리사 실무수습교육’에서 나온다. 변호사가 변리사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특허관련 업무에 대한 집합교육과 현장연수를 이수해야 한다. 지난 2017~2018년까지 2년간 집합교육을 신청한 변호사 76명 중 70명이 수료했는데, 이 중 현장연수를 이수한 변호사는 17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비춰 세무업무를 희망하는 변호사들은 많지만 실제 6개월 실무교육을 이수하는 변호사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세우고 있는 것.  

 

문제는 이 전제조건을 세무사들이 받아들일 수 있느냐다. 법안 개정을 이끌고 있는 한국세무사회 집행부를 비롯해 대다수 세무사들은 ‘업무 완전개방+실무교육 6개월’ 안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어떤 형태이든 세무사의 고유업무를 변호사에게 허용하는 것은 ‘둑이 무너지는’ 것이라는 게 세무사들의 인식이다.

 

아직 불확실하지만 세무사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5월 임시국회라는 마지막 기회가 남아있기는 하다. 변호사 출신이 많이 포진해 있는 법사위가 현실적인 장벽으로 서 있고, 그렇다고 국무조정실의 안을 수용할 수도 없는 등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진 세무사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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