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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8. (목)

[기고]변호사 세무대리 허용에 관한 세무사법 개정안에 대해

김선명 세무사

지난 8월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납세자 권익과 성실납세를 위한 입법방안'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그 배경에는 헌법재판소가 4월26일 세무사자격 보유 변호사에 대해 세무대리업무를 원천 금지한 세법조항(세무사법, 법인·소득세법)이 과잉금지원칙 등에 위배한 것으로 판단, '헌법불합치' 판결(사건번호 2015헌가19)을 내린데 대한 후속조치로 이번 세법개정안에 그에 대한 내용을 담았는데 지난 2004년부터 2017년까지 자격을 취득한 세무사 자격보유 변호사에게 세무조정 등 세무대리 업무를 허용하는 내용이다.

다만 법률사무와 관련이 없고 회계지식이 필요한 점을 감안해 기획재정부는 '장부작성 대리' 및 '성실신고 확인' 업무는 제외하였다. 현재는 이에 대해 법무부가 이의를 제기해 개정안에서는 빠진 상황이다.

 

토론회에서는 헌법재판소에서의 판결에 반대하는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하지만 법치국가에서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내린 판결을 이제와 바꾼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물론 세법개정안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방안들이 나왔고 결론은 하나였다.

변호사를 제외하고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세무대리에 있어서 세법해석 적용능력만으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굳이 말하자면 세무사나 회계사 모두 자격시험과목에 회계과목이 들어가 있다. 물론 세법도 필수로 들어가 있다. 그러나 변호사는 변호사시험에 회계과목이 없을 뿐만 아니라 세법은 선택과목으로서 그 선택율 또한 2프로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토론자로 나온 김완일 세무사회 부회장은 "사시 및 변호사자격시험에서 유일하게 세무관련 능력을 평가하는 조세법 선택율이 최근 4년간 사법시험의 경우 0.4%, 변호사자격시험의 경우 2.2%에 불과하고, 2014년 변호사 3423명 중 2명만 스스로 세무조정계산 후 신고를 했다는 통계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것만 보아도 과연 변호사가 세무대리를 할 수 있는 능력이 검증됐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얼마전 '경찰, 순경 공채시험 재검토. 이르면 2020년 개편안 도입'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이것은 2012년 순경 공채에 고등학교 졸업자들이 응시할 기회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현재 순경 공채 응시자에게 한국사와 영어를 필수과목으로 하고 형법과 형사소송법, 경찰학개론,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중 3과목을 선택과목으로 시험을 보고 있다. 그러나 직무와 관련된 부작용 등을 이유로 이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경찰공무원만이 아니다. 현 국세청장인 한승희 국세청장도 지난 2017년 국회에서 열린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국세청 9급 공채 시험에서 세법과 회계학이 2012년까지는 의무였는데 선택과목으로 바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자유한국당 이현재 의원의 주장에 "세무직 9급 공채 선택과목인 세법, 회계학 과목을 필수과목에 포함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2년 법을 개정한 이후 전문분야 과목을 보지 않고 들어온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내부적으로도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재교육을 통해 전문분야의 부족한 지식을 보완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예전 시험체제로 회귀하려는 이러한 일들이 무엇을 뜻하겠는가? 전문성을 갖추어야 할 사람들을 뽑을 때에 그에 대한 최소한의 자격과 검증이 필요하다는 방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렇지 않을 경우 피해는 그 해당 조직에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그 업무와 연관된 국민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2012년 공무원시험에서 고등학교 졸업자들에게도 많은 응시기회를 주겠다는 취지에 의해 전문영역의 필수과목을 선택과목으로 돌린 것이었다. 시행 당시에도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선택의 기회를 늘려준다는 좋은(?)취지에 의해 묻혀버렸다.그 당시의 상황과 현재 변호사들이 주장하는 "납세자의 전문가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라는 주장과 왠지 오버랩되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토론회에서도 변호사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따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르되 적어도 세무대리 영역은 전문적인 영역이니 진입하고자 하는 변호사들에게도 최소한의 전문성을 갖추었는지 최소한의 검증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나온 변호사가 자신의 주변에 있는 세무사들은 기장을 모두 직원이 하고 세무사가 직접 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한다. 정말 어이없는 말이었다. 현실에 있어서는 대부분의 세무사들이 수습기간 동안 기장을 배우고 개업 후에는 직접 기장을 하고 있으며 직원을 둘 정도의 거래처가 늘어났을 때에 비로서 직원에게 기장을 맡기게 된다. 당연히 그 직원을 가르치고 관리감독하는 것은 세무사이다. 그렇다면 모든 변호사들은 직접 소장을 쓰고 있는가?

내게는 그의 주장이 변호사들이 세무시장에 진입했을 때 명의대여로 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과연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지금은 세법도 빠르게 변해가는 사회 속에서 매우 다양해지고 그 범위가 날로 커지고 있다. 세법만을 다루는 세무사도 모든 것을 완벽하게 다룰 수 없을 정도이다. 그렇기에 분야별로 전문성을 갖는 세무사들이 나올 정도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회계와 세법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변호사들이 법 해석능력이 우월하다는 이유로 본인들의 주된 업무와 함께 세무대리업무까지 하려고 한다는 것은 누가 들어도 도저히 납득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전문자격사들은 자격증을 받고서도 그에 대한 실무경험을 쌓을 수 있는 일정한 수습기간을 두고 있다. 그에 대한 의미는 당연히 전문자격사의 업무가 자격증만으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하물며 자동차운전면허증도 필기시험과 함께 실기시험 그리고 도로연수까지 두고 있다. 그러한 기본적인 요건들이 완화된다면 어떠한 일들이 생기는지 예측할 수 있는 일례로 앞서 말한 자동차운전면허이다. 한때 중국인들 사이에서 한국으로 '면허관광'이 나올 정도로 우리나라의 운전면허시험이 너무나 쉬웠다. 그러한 이유로 중국에서는 한국면허증을 자국면허로 바꿀 경우 엄격한 심사를 하겠다고 할 정도이다. 요건완화로 인한 신뢰성 추락의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이렇듯 자격증이 있다고 실무를 바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그에 대한 요건이 완화된다면 그 자격증의 신뢰도가 추락하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에 '세무사 자격보유 변호사로 하여금 세무대리를 일체 할 수 없도록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므로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없다'의 문구에는 일응 이해할 수 있으나 그 전제가 되는 회계와 세법이 부족한 변호사에게 자동으로 세무사 자격을 주는 세무사자동자격부여가 원천적으로 잘못인 상황에서 과연 그 문구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변호사들에게 소정의 자격요건을 갖추게끔 하는 것이 밥그릇 싸움이라고 누가 말하는가. 이것은 전문자격사들의 밥그릇 싸움이 되어서는 안된다. 또한 힘의 논리로 가서도 안되는 일이고 정말 납세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세무업무를 하고자 하는 변호사들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토론회에서 한 토론자의 "이런식이면 모든 자격사를 변호사로 통일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다"는 넋두리가 생각난다.

지금과 같이 다양한 사회, 경제모습이 나오고 있는 이 시점에 아직도 변호사시험 하나로 20여개 이상의 전문자격증을 주고 한발 더 나아가 최소한의 전문분야의 실무교육과 검증도 없이 업무를 하게끔 한다는 것은 도대체 누구의 발상인 것인지 묻고 싶다. 그렇게 하였을 때에 과연 그 피해가 궁극적으로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지도.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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